불나비

 

                            임성용 시인


 

 

        높다란 천장에는 수은등이 켜졌다

        쇠를 치는 망치소리 쇠를 자르는 기계소리

        쇠를 녹이고 갈고 다듬는 소리의 틈바구니에서

        귀마개를 뚫고 고막을 찢는 악다구니 속에서

        쇠의 심장이 생긴다 쇠의 핏줄이 돋아난다

        튼튼하고 강고한 쇠의 뼈와 살갗을 뚫고

        튀어오르는 불꽃, 홀로 춤 추는 불꽃

        성급하게 타올라 냉혹하게 식어가는 불꽃들

        숨 막히는 떨림을 순식간에 태워버린 향기는

        공장 뒷마당 깨어진 창문 밖으로 빠져나가

        모가지가 잘린 쥐똥나무 잎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밤이 깊어 희뿌연 새벽에 날개를 달고

        붉게 충혈된 잎들은 기웃기웃 창문을 넘어왔다

        단팥빵과 우유 한 곽, 가래침과 누런 오줌

        아직도 세 시간 반이 남았다

        눈앞의 사람들이 자꾸 멀어지고 멀어지고

        어지럽게 흔들리며 사라지고 사라지고

        흐릿한 형체들을 억지로 끌고 가는 어깨 위에

        그림자 위에, 철판 위에, 꾸벅 떨어지는 눈동자

        식은 손등을 밟고 눈꼽과 하품을 물고

        서로의 죽음을 서로 먼저 사르는 불나비떼

        살아서는 죽어도 멈출 수 없는 운명의 화무(火舞)

        파드득! 한줌 숨결 회오리를 일으키며 날아드는

        저, 일체의 단호함과 결사적인 충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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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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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머슴꾼

2009.02.20
07:20:43
(*.197.211.42)
rss 리더기에 읽어온지 오랜데, 오늘 올려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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